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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성력 운동과 중력 운동은 구별 불가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상상을 통해 이론적으로 매우 중요한 결론을 이끌어냈다.

    물리학자들에게 이것은 중력과 관성의 등가원리로 알려져 있다. 이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가속, 반동, 원심력 등 관성력에 의해 생기는 운동과 중력에 의해 생기는 운동을 분별할 방법이 도무지없다는 것이다.

    이 원리의 보편 타당성은 비행기 조종사라면 누구나 인정할 것 같다. 비행기 내에서는 관성효과와 중력효과를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급강하할 때 위로 끌리는 듯한 느낌은 빠른 속도로 달리던 중 급하게 회전할 때 느끼는 것과 똑같다. 두 경우 모두에서 'G-load(Gravity-load)'나 'G-force'로 알려진 중력가속도 현상이 기장들에게 일어난다. 이때 피가머리에서 빠져나가듯이 아랫쪽으로 쏠리고 몸은 무겁게 좌석 깊숙이 눌린다. 눈을 가린 채 아무 계측기도 없이 비행하는 기장에게 일어나는 이같은 현상은 매우 심각하며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이 되는 중력과 관성의 등가원리에서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수수께끼와 절대운동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발견했다. 그 해답은 비등속운동도 결코 특별하거나 '절대적인 게 아니라는 얘기다.

    어떤 물체 하나가 공간에 유일하게 존재한다 해도 물체를 움직이게 만들면 그 운동상태가 감지되지만, 물체의 운동상태를 표시하는 비등속운동의 효과와 중력의 효과를 분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회전목마의 경우에서 외부 관찰자는 관성이나 원심력 같은 운동에 의한 당김현상'으로 보는 것을, 내부 관찰자들은 익숙한 '중력의 당김현상'으로 본다. 그래서 속도 변화나 방향의 변화로 생기는 관성의 효과는 중력장의 변화나 요동에 그 원인이 있다고 봐도 좋다. 따라서 상대성이론의 기본 전제는 어느 경우에나 유효하다고 보는 게 맞다.

    상대성이론의 기본 전제란, 운동은 등속이든 비등속이든 어떤 기준계에 의해서만 판단할 수 있으며, 절대운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중력은 힘이 아닌 물체의 경로

    '절대운동'이라는 귀찮은 용 한 마리를 베어버린 아인슈타인의 칼은 '중력'이었다. 그렇다면 중력은 도대체 무엇인가?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중력은 뉴턴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것은 '힘'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물체들이 서로를 끌어당긴다'는 고정관념은 자연에 대한 잘못된 역학적 해석에서 나온 오류이다. 우주를 거대한 기계라고 본다면 그것의 다양한 부분들 상호간에 힘이 작용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실체에 대한 과학의 이해가 깊어질수록 우주는 거대한 기계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인슈타인의 중력법칙은 힘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는다. 그 법칙은 중력장 내에서 물체의 행동을 끌어당기는 힘'이 아니라 물체가 따라가는 ‘경로'로 묘사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중력도 관성의 일부분이며 항성과 행성의 운동도 본래 내재된 관성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들이 따라가는 경로는 공간의 구조적 성질, 좀 더 적절히 말하면 시공연속체의 구조적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

     

    중력장이라는 물리적 실체

    이 말은 매우 추상적이고 역설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허공 속에서 수백만km나 떨어진 물체들 간에도 서로 물리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개념만 버린다면 꽤 분명해진다. 이러한 원거리 상호작용의 개념은 뉴턴 시대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한 예로 원거리상호작용이란 개념은 전기와 자기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가져왔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자석은 신기하면서도 순간적인 원거리상호작용에 의해 쇳가루를 끌어당긴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자석은 그 주위에 자기장이라고 부르는 어떤 물리적 조건을 만든다”고 말한다. 또한 “이 자기장이 그 쇳가루에 작용해 예측 가능한 모양으로 운동하게 한다”고 현대 물리학자들은 말한다. 보통 기초과학 과정을 배우는 학생들이라면 자기장이 어떤 모양인지 정도는 다들 알고 있다. 자석 위에 빳빳한 종이를 올려두고 거기에 쇳가루를 뿌려 흔들어보면 곧 자기장의 모양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자기장이나 전기장이야말로 물리적 실체이다. 이 둘은 일정한 구조를 갖는데,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의 장방정식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맥스웰은 지난 세기에 이뤄진 전기 및 전파공학 분야의 모든 발견에 길을 열어준 사람이다. 중력장 역시 전기장·자기장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물리적 실체이며, 이 구조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장방정식으로 정의되고 있다.

     

    구조법칙과 운동법칙

    맥스웰이나 패러데이가 '하나의 자석이 주변 공간에 어느 정도의 특성을 만든다'고 가정한 것처럼, 아인슈타인역시 항성과 위성, 그밖의 천체들 하나하나가 그들 주변공간의 특성을 결정한다고 결론내렸다. 자기장 내 쇳가루 한 조각의 운동이 자기장의 구조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중력장 내 어떤 물체의 경로도 그 장의 구조에 의해결정된다. 중력에 관한 뉴턴과 아인슈타인 이론의 차이는 동네 놀이터에서 구슬을 갖고 노는 어린아이를 떠올리면 알 수 있다. 놀이터 근처 10층 건물의 사무실에 있는 관찰자는놀이터 지면의 불규칙한 모양을 볼 수 없다. 구슬이 지면의 어떤 부분은 피해 가거나 또 어떤 부분을 향해 가는 것을 보고서, 그 관찰자는 어떤 곳에서는 구슬을 밀어내고 어떤 곳에서는 구슬을 끌어들이는 힘이 작용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땅 위에서 구슬을 보고 있는 또 다른 관찰자는 구슬이 움직이는 경로가 단순히 지면의 굴곡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짧은 예화에서 뉴턴은 '어떤 힘'이 작용한다고 상상하는 10층 사무실에 있는 관찰자이고, 아인슈타인은 그런 추측을 할 필요가 없는 바로 지면 위의 관찰자이다. 그러므로 아인슈타인의 중력법칙은 단지 시공연속체의장의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들 법칙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한 그룹은 중력체의 질량과 그 주변 장의 구조간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구조법칙'이라 부른다. 또다른 그룹의 법칙들은 중력장 내에서 운동하는 물체가 지나는 경로를 분석하는데, 이를 '운동법칙'이라고 부른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이 단지 형식적인 수학적 표현일 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 이론은 엄청난 중요성을 갖는 가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가설은 ‘우주는 공간과 시간에 갇혀 있는 고정불변의 구조물이 아니다이다. 반대로 이 우주는 고정된 형태가 없고 위치 변화가 가능하며, 변화와 변형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무정형 연속체'라는 이론이다. 물질과 운동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연속체가 방해를 받는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고기가 그 주위의 물을 휘젓는 것같이, 항성 혜성 은하는 이들이 통과하는 시공연속체의 구조를 뒤흔들어 놓는다.

     

    빛에 미치는 중력의 효과 예측

    아인슈타인의 중력법칙을 천문학적 문제에 적용하면 뉴턴의 법칙에 가까운 결과를 얻는다. 만일 어떤 경우에나 결과가 서로 비슷하다면, 과학자들은 익숙한 뉴턴 법칙을 그대로 사용하기 원할 것이고, 독창적이지만 괴상한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묵살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몇몇 새롭고 이상한 현상들이 계속 발견돼왔고, 그중 적어도 하나의 수수께끼가 오로지 일반상대성이론으로 해결됐다. 그 오래된 수수께끼란 수성의 괴상한 행동에 관한 것이다. 다른 유성들처럼 일정한 타원궤도를 공전하지 않고, 수성은 매년 조금씩 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수성의 이런 미미한 움직임을 일으키는 모든 요인을 밝히려 했으나, 뉴턴의 이론으로는 아무런 해결점도 찾지 못했다. 수성의 궤도이탈에 관한 의문이 풀린 것은 아인슈타인이 중력법칙을 만들어낸 후부터다. 태양계의 모든 행성 중 수성은 태양에 가장 가까운 별로서 크기도 작으며 대단히 빠른 속도로 공전하고 있다. 뉴턴의 법칙 안에서 이러한 요인은 그 자체만으로는 궤도이탈을 설명할 수 없으며, 수성의 움직임은 다른 행성의 운동과 근본적으로 같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법칙에서는 태양의 중력장의 세기와 수성의 엄청난 속도 때문에 차이가 생기게 되고, 수성의 타원궤도 전체가 태양 주위를 300년에 한 번 꼴로 아주 천천히, 그러나 어김없이 회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계산은 수성의 진행경로를 실제로 측정한 것과 완벽히 일치한다. 이처럼 아인슈타인의 수학은 빠른 속도와 강한 중력장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뉴턴의 수학보다 더욱 정확했다. 그리고 이 오래된 문제를 해결한 것보다 더 중요한 아인슈타인의 성과는 그 어떤 과학자도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새롭고 위대한 현상, 즉 ‘빛에 미치는 중력의 효과를 예측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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